박수진 경제부 차장

우리 경제를 힘겹게 떠받치던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11월 1∼10일 수출액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견줘 17.8%나 줄었다. 정부는 조업일수가 1.5일이나 감소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11월 전체로는 플러스를 전망했지만,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도 0.1% 정도 빠졌다.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의 ‘쌍끌이 효과’로 1년 넘게 잘나가고 있는 동안에도 우려가 이어지긴 했다. 이미 지난 7월 고점을 찍은 뒤 상승 폭이 둔화하는 추세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는데 순수출이 전체 성장률의 1%포인트를 깎아 먹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가 기대되지만, 정부가 연초 세웠던 목표치 7000억 달러 달성은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기관들의 향후 전망도 대부분 비관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4분기 수출선행지수를 121.0으로 3분기 대비 3.1포인트, 지난해 4분기 대비 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중국·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부진이다. 중국 정부가 10조 위안(약 1938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충분한 성장률 회복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관세전쟁’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요약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경제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에 거대한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당장 국내외 기관들은 부정적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발(發) 관세정책 현실화 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과 직결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올해 2.2%에서 내년 2.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시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53억∼241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내수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떨어질 거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기회 요인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후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통화하며 조선업 협력을 언급했다는 점이 대표적 예다. 대중 강경책 속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반사이익도 신속히 찾아내야 한다. 기술력 제고와 초격차 확보, 수출 시장 다각·다변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지원 강화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의힘이 11일 연구·개발(R&D) 분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보조금 지급 근거를 담아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점은 그래서 긍정적이다. 기민한 대처로 향후 4년간 이어질 예측불허·시계제로의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고 ‘5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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