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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유일한 자매인 언니가 50대 중반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언니가 암을 진단받은 것도 11월이었고, 딱 1년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것도 11월이어서 특히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언니가 떠난 직후만큼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이 계절이 돌아오면 힘드네요. 낙엽이 지고 생명이 저무는 것도 모두 언니의 죽음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가을에 이렇게 잠도 안 오고 우울해지면 계절성 우울증에 해당되는 건가요.

10년이 넘었는데도 매년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보며 남편과 자식들도 지치는 것 같습니다. 언니네 조카들이 보고 싶은데 괜히 연락해서 언니를 생각나게 할까봐 주저하게 됩니다. 제가 너무 심하게 앓는 것일까요.

A : ‘기념일 반응’은 정상적인 것…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 솔루션

사랑하는 사람의 기일이 다가오면서 느끼는 슬픔과 그리움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를 기념일 반응이라고 하며, 많이들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대다수는 매년 해당 날짜 즈음에 1∼2주 정도 지속됩니다.

기념일 전후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의 경우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참사나 전쟁으로 여러 동료를 잃었다거나, 본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경우, 사회적 지지나 보상 등에서 해결되지 않은 경우, 함께 죽음의 위험을 겪은 경우에는 더 오랜 기간 강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일조량 영향을 받아 기분장애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마침 가을에서 겨울쯤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가까운 사람을 잃은 기억이 떠오르는 이런 경우와는 좀 다릅니다. 물론 항우울제, 운동, 적극적으로 햇빛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입니다.

기념일 반응이 언제까지 지속돼도 괜찮은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고인과의 관계가 얼마나 가깝고 애틋했는지 등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굳이 전통적인 제사가 아니어도, 고인을 기리는 의식이 있다면 괴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종교가 있다면 기도나 예식을 통해서 고인과의 대화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좋아하던 장소를 방문하거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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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이름으로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고인을 기억하면서도 동시에 나의 삶과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어떨까요. 헤어짐은 가슴 아픈 것이지만 고인의 죽음 그 자체보다는 고인의 삶, 고인과 행복했던 날을 기억하는 것이 좀 더 건강한 기념일 반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