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생애 첫 전시회를 여는 최미자 씨가 4일 자신의 작품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첫 전시회 여는 최미자 씨

“주민센터서 배운뒤 2년 작업
자연 주제로 한 40여점 선봬”

“작품 볼 때마다 손주들 보듯 웃음이 절로 나요. 최근 옷도 그릇도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했어요. 그림 그리는 것만으로 너무 충만하니까요.”

여든이 다 되어 동네 주민센터에서 처음 붓을 잡았다는 최미자(82) 씨. 스케치북에 번지는 고운 빛이 좋았고, 그리는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그러다 두어 해를 넘겼다. 이제는 집과 화실을 오가며 ‘그림’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낸다. 4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최 씨는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왜 더 일찍 그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아쉽기는 해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 최 씨는 성실하게 그렸고, 첫 개인전이라는 결실도 맺게 됐다.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온갤러리에서 ‘바다, 숲, 하늘’을 주제로 40여 점을 선보인다. 푸른 연못에 잉어 두 마리가 꿈틀대는 ‘축복과 은혜’를 비롯, 양귀비 꽃이 생생한 ‘8월의 평화’ 등 최 씨의 눈과 손을 통과한 자연의 색과 형상이 캔버스 위에 내려앉았다.

작품 소재는 주로 TV에서 발견한다. 최 씨는 “여행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멋진 장면이 나오면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찍어 저장했다가 어떻게 그릴지 구상한다”고 했다. “남편을 따라 해외에서 살기도 했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지만 남은 사진도 기억도 별로 없어요. TV에서 본 장면을 캔버스에 담다 보면 절로 세상 공부가 됩니다. 어쩜 그리 신비로운 색들이 존재하는지 늘 감탄해요.”

80대에 만난 ‘그리기’는 사실 노년에 가까워지며 만난 좌절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평생 전업 주부로 살아온 최 씨는 세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50대엔 아이들을 임시로 돌보는 위탁 가정을 신청했는데 당시 나이 제한에 걸려 반려됐다. 70대엔 청소년 영어 자원봉사를 문의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최 씨는 “30여 년 활동한 모교 합창단을 그만두고는 어떻게 노년을 보낼지 고민이 되더라”면서 “그림 그리는 동안 추억은 살아나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던 것들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걸을 수 있고 그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 가족과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