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진 국제부 차장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미국 대선 투표가 한국시간 5일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 5일 0시) 시작됐다. 워낙 땅이 넓고 주마다 선거 규칙도 다른 탓에 투표는 6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6일 오전 1시)까지 진행되며 50개 주와 워싱턴DC 개표가 완료돼 최종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초박빙이라 누가 이길지 결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뚜렷하게 보이는 경향은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놓고 뺏고 뺏기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뚜렷해졌다.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플 얘기지만, 그만큼 집 나간 토끼가 많다는 얘기다. 통상 선거 막판에는 부동층 공략에 집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의 집토끼이자 공화당이 공략에 나선 산토끼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과 젊은층, 그리고 노동조합의 표심이다. 이들은 20세기 초반부터 민주당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2020년 대선 당시 흑인(92%), 히스패닉(59%)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백인(43%)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USA투데이·서퍽대 조사에선 흑인의 72%, 히스패닉의 38%만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대선 때 흑인과 히스패닉이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이틀 후 공개된 시카고대 조사에서는 18∼40세 이하 흑인 남성 4분의 1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90%가 넘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일부 향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연령대의 히스패닉 남성 44%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미국 최대 운송 노조인 팀스터스와 국제소방관협회도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거부했다.

이들의 이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민주당이 지난 4년간 극단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면서 본인들의 가치를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성 소수자들의 권리 보호에 치중하면서 자녀가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고, 저소득층에 대한 과도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근면·성실을 통한 노동의 가치를 강조해온 진보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느끼는 민주당 지지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이러한 민주당의 가치 변화를 이끈 극진보주의자라는 점에서 선뜻 그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이번 미국 대선의 승패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지, 다른 집으로 가버릴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미 민주당의 급격한 좌클릭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극단을 향하는 순간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극좌·친북 단체, 국민의힘은 극우 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 물론 외연 확장에 나서지도 않았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가만히 앉아서 집토끼를 잃고 있는 국민의힘 문제는 또 다른 얘기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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