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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문지성(29), 김유미(여·27) 부부

“지성이가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아.” 저(유미)와 남편을 연결해 준 사람은 함께 일했던 피자집 사장님이셨어요. 사장님이 오작교를 놓아주지 않았다면 저희는 서로 호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죠. 피자집에 신입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온 남편은 늘 성실하게 일만 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홀에서, 남편은 주방에서 일하던 터라 대화할 기회는 없었는데, 한 번 제가 설거지를 도우면서 남편에게 말을 건 적이 있죠. 아마 남편에게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께서 문자로 남편이 제게 관심이 있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용기를 내 SNS 메시지로 먼저 남편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렇게 가까워진 우리는 연인이 됐답니다.

남편은 정말 성실하고 순수한 사람이었어요. 둘이 썸을 타면서 데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요. 남편 옷차림이 너무 충격적이었답니다. 아버지 또래가 신을 것 같은 디자인의 운동화, 딱 달라붙는 바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방 등 모든 게 조화롭지 않았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어머니가 사준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거였더라고요. 당황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나 싶었어요. 패션이야 나중에 제가 손봐주면 되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죠.

남편과 사귀면서 다툰 적은 없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 적이 있답니다. 사귄 지 5년 차에 접어들 무렵, 제 몸에서 종양이 발견된 거예요. 암 종류 중 특이한 케이스라 상급 병원의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반년이 넘게 검사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불안한 시간을 보냈죠. 그때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모습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게 됐답니다. 지난 8월 결혼한 우리는 신혼집에 게임방을 만들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알콩달콩 살고 있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