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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대구제일여상 고은비 학생

To. 우리 집 막내 강아지 티티에게

티티야, 안녕. 언니야. 평소 너한테 고마웠던 게 많아서 편지를 쓰려고 해. 네가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언니의 마음만큼은 알아줄 거라고 믿어. 처음 너를 우리 집 가족으로 반길 수 있게 된 건 언니가 중학교 1학년일 때였어.

언니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기 한창 어려웠을 때야. 그래서 학교도 포기하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머릿속 생각을 비우기 위해 스마트폰에만 빠져 살았어. 그런데 네가 우리 집에 왔어. 엄마가 말씀하시기로는 다른 강아지랑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쓰러워서 데리고 왔다고 하시더라고.

왜인지 나랑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게 더 마음이 쓰였고, 챙겨주게 되었어. 네 마음을 열기 위해 자퇴 후 집 밖에 나가지 않던 내가 너랑 매일 산책을 나갔어. 그 덕에 너도 나한테 마음을 열어주었고, 나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더는 외롭지 않았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도 손에서 놓게 되었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어.

2년 만에 검정고시 원서 접수를 하러 갔는데 무서운 거 있지. 그때 자연스럽게 네 생각을 하니 긴장이 풀리고 용기가 생겼어. 네 덕분이야. 그 덕분에 언니는 검정고시도 당당히 합격하고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너랑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

너도 처음 봤을 때에 비해 이제 집도 지켜주고, 싸우지 말라고 말려주고, 울 땐 눈을 핥아 주는 거 보면 진짜 많이 성장한 것 같아. 언니는 이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즐거워. 부반장도 하고, 위원장도 하고, 선도부도 하고.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어. 티티야, 고맙고 사랑해.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서로 곁을 잘 지켜주자.

- 은비 언니가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