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동환 고양시장이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양시의회를 향해 예산을 볼모로 ‘시장 길들이기’와 의회 권위주의를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상생 약속하고 필수예산 ‘싹둑’... 주요 사업 차질 불가피
이 시장 "시 입장 10여 차례 표명했지만 여전히 변한 것 없어"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 시장 개인 예산이 아닌 시민의 예산"

고양=김준구 기자

이동환 고양시장이 고양시의회를 향해 예산을 볼모로 ‘시장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의회 권위주의’를 멈춰달라고 날을 세웠다.

이 시장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고양시와 시의회 간 약속한 ‘상생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시의회에 시의 입장을 10여 차례 표명했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며 "시민의 이익 침해가 한계를 넘어섰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재 시의회의 행태는 시장 한 명을 공격하기 위해 시민에게 마구잡이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고양시에 따르면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이 3차례, 공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용역 예산이 5차례 삭감됐다. 도시기본계획은 경제자유구역과 1기 신도시 등 노후도시의 재개발·재건축과 직결된 최상위 도시계획이다. 또 복지재단 설립과 한옥마을 조성, 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 같은 시민 관심사업도 1년 가까이 삭감이 반복됐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고양시의회는 의장과 4개의 상임위원장을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와 같은 ‘칼질’이 취임 첫 예산인 2022년 2회 추가경졍예산 심의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광역철도망 확충방안 수립 예산이 진통 끝에 삭감됐다. 2023년 본예산에서는 경제자유구역·바이오산업·벤처기업 등 기업 유치와 관련된 예산은 물론, 업무추진비도 90% 삭감됐다.

지난해 9월 임시회에서는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급식예산과 복지급여, 도로보수, 인건비 등 민생예산을 처리하기로 돼 있었지만 의회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파행됐다. 이 시장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시장 개인의 예산이 아닌 시민의 예산"이라며 "현 시장 임기 중 사업이라는 이름표만 떼면 단 1%도 삭감될 이유가 없는 예산"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시민을 위해 당연히 세워야 하는 예산을 스스로 삭감하고, 수혜자가 벼랑 끝에 몰릴 때쯤 다시 살리는 것은 심사를 빌미로 한 의회 권위주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2024년 본예산 의결에 반발하며 제출했던 재의 요구를 올해 2월 철회하고, 5월에는 의회와 상생협약도 맺는 등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지만, 협약 당일 의회는 또 다시 예산 표적 삭감을 자행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열린 1회 추경에서는 필수 용역예산 14건이 삭감됐다. 여기에는 도로건설관리계획과 경관계획 등 법으로 의무화된 계획도 포함돼 있다. 또 10월에 열린 2회 추경에서도 도로건설관리계획 용역이 재차 삭감되고 수목원, 스마트팜, 어린이집 공기정화 등 주민 선호 예산들도 대거 삭감됐다.

이동환 시장은 "이제라도 의회는 시민에게 사과하고 시민을 위한 상생의 약속을 스스로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