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한국에서 2004년 초연 이래 2006·2013·2015년 공연에 이어 2022년 원작 50주년 기념 공연을 치렀다.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는 그간 함께해 왔던 배우 마이클 리·박은태 등도 합류해 ‘스테디셀러’로서 이 작품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블루스퀘어 제공

■ 각양각색 ‘록 뮤지컬’ 3편

‘지저스…’ 클래식-전자음악 섞인 넘버 인상적
‘리지’ 의상 바꿔가며 폭발적인 고음 뽐내
‘이터니티’ 퇴폐미의 상징 ‘글램록’ 집중 조명

뮤지컬과 콘서트를 한꺼번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록 뮤지컬’이 제격이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록 넘버(뮤지컬 음악)들로 채워진 뮤지컬 3편이 올해 말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믿고 보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예수, 즉 ‘지저스’가 샤우팅 창법으로 세상사의 고통을 까발린다. 53년 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국 초연 2004년)한 이래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록 뮤지컬의 고전.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록의 거친 음색과 클래식을 혼합한 ‘록 오페라’를 개척했다. 전자 기타의 리프가 인상적인 ‘그들 마음속의 천국’, 클래식 현악기 연주로 시작해 록으로 전환되는 ‘체포’ 등이 대표 넘버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각각의 곡은 시대성을 반영하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면서도 극 흐름과 잘 어우러지도록 구성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안현주 의상디자이너는 “록 음악의 요소를 의상에도 반영했다”며 “가죽, 금속과 같은 소재로 노래하는 인물의 감정까지 잘 전달되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로커 예수라는 파격 설정은 당시 보수 기독교계 반발도 샀다. 그러나 예수의 삶은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록 음악과 맞아떨어졌다. 이 작품은 성경 인물과 사건을 따라가되 인간성을 부각했다. 죽음을 앞두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지저스’, 그 이상주의를 답답해하는 ‘유다’는 종교를 떠나 객석의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의 국내 공연뿐 아니라 브로드웨이 현지 무대에도 섰던 마이클 리, 2015년 공연 영상으로 지금까지 화제성을 만드는 박은태가 ‘지저스’ 역할로 돌아온다.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7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공연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뮤지컬 ‘리지’. 쇼노트 제공

◇4인조 여성 밴드 퍼포먼스 ‘리지’ = 구두쇠 사업가와 그 부인이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됐던 1892년 미국의 미해결 사건을 소재로 한다. 집안의 둘째 딸 ‘리지’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가운데 그의 언니 ‘엠마’, 친구 ‘앨리스’, 가정부 ‘브리짓’이 법정에 모인다. 당대의 펑퍼짐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 4명이 고음을 내지르며 뮤지컬 공연장을 콘서트 현장으로 뒤바꾼다. 하나같이 강한 음색과 고음을 내는 넘버들이 이어진다.

록 음악은 이들 서사에 그대로 녹아든다. 가부장주의에 찌든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던 그의 증언은 포효에 가깝다. 격렬한 밴드 연주 위에서 헤드뱅잉을 하는 리지는 객석에 해방감을 전한다. 관객이 단체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이 절로 나온다. 극이 고조되고 이들은 몸을 옥죄고 있던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바꿔 입는다.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무대 구성도 바꿨다. 전자 설비를 활용했던 이전과 달리 아날로그 분위기를 입힌 무대에서 작품의 시대성을 살렸다. 아이돌그룹 우주소녀에서 활동하는 유연정이 ‘앨리스’로 캐스팅된 것도 화제가 됐다.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12월 1일까지.

이미지 크게보기 뮤지컬 ‘이터니티’. 알앤디웍스 제공

◇데이비드 보위를 추억하며 ‘이터니티’ = 고대와 현대를 구분하지 않고 패션 요소를 활용하며 퇴폐미의 대명사가 된 ‘글램 록(Glam rock)’. 그 스타일을 퍼뜨렸던 데이비드 보위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두운 무대 위에서 조그맣게 명멸하는 불빛, 위에서 쏘는 흐릿한 일자 조명과 그 주변에 무지갯빛은 글램 록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다. 전자 첼로·바이올린 등을 가미한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객석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1960년대 영국에서 개발된 아날로그 전자악기 ‘스타일로폰’을 직접 연주하는 배우들이 관객의 눈과 귀를 잡는다.

1960년대 글램 록 스타 ‘블루닷’, 그를 동경하고 있는 현대의 ‘카이퍼’. 그리고 ‘머머’라는 인물에 의해 블루닷과 카이퍼의 이야기는 시공간 너머로 이어진다는 줄거리다. 화려한 가발과 분장을 하고 공연하는 블루닷은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공허감에 괴로워한다. “누가 날 구해줘! 이건 아주 오래된 악몽이다.” 그를 바라보며 관객은 데이비드 보위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의 6집 앨범 ‘알라딘 세인(Aladdin Sane)’(1973) 커버에 있는 화장도 상징적으로 활용된다. 서울 예스24아트원에서 12월 8일까지.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