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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렌더
보노 지음│홍기빈 옮김│생각의힘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64)는 몇 단어, 몇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다. 1976년 결성된 U2는 12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1억70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그래미상도 22번이나 수상해 대중적 성공과 예술적 성취를 모두 이룬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다. 특히, 보노는 보컬로서도 독보적이지만, 기후 위기·분쟁·불공평과 부정·폭력에 맞서는 ‘목소리’로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아일랜드의 한 소년은 어떻게 시대의 아이콘, 하나의 ‘현상’이 됐을까. 보노가 스스로 그 여정을 돌아본다. 즉, 책은 보노의 자서전이다. U2 명곡들의 제목을 키워드로 해, 40개의 에피소드를 풀어낸 책은 50년 가까운 음악 활동과 사회 참여에 대한, 솔직하고 방대한 회고록이다. 가족을 비롯해 교황, 버락 오바마, 넬슨 만델라, 워런 버핏, 폴 매카트니 등 그가 만나고 배우고 연대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의 내면 깊은 곳 분노와 사랑, 신념, 신앙까지 오롯이 담았다. 한 장 한 장 성장과 깨달음이, 그리고 진화가 반복된다.

보노는 에이즈 퇴치를 위해 레드(RED)를 창설할 당시 스티브 잡스로부터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라고, 항상 간명함을 유지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버핏에게 “미국의 양심에 호소하지 말고 미국의 위대함에 호소하라”는 말을 듣고 미국과 미국 시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또 그는 관객들의 함성이 자신을 생쥐에서 사자로 바꾼다고, 자신은 “노래 안으로 들어가” “노래가 나를 노래하게” 한다는 무대 철학도 밝힌다. 여기에, 자신은 4분의 1에 불과하며, 다른 세 멤버에 대한 위대한 동지애, 진심어린 존경을 전한다. 세계의 큰 주제와 개인의 삶을 채우는 작은 주제들, 또 세계와 개인을 연결하는 수도 없는 고리들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두루 살피는 보노를 좇다 보면, 혹시 그가 예수나 부처의 환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연스럽게 책은 보노와 세계를 동시에 읽고,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환작용이 된다. 인간의 잠재력과 도전은, 과연 어디일까 질문하며. 사실 보노는 이에 대한 (잠정적일 수도 있으나) 답도 이미 언급했다. “정말로 승리를 거두는 유일의 진리는 바로 항복(서렌더)하는 것”이라고, “서로에게, 사랑에게, 더 상위의 권능에게.”

모두 다 보노처럼 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보노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와 우리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아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깨우침을 시작한 이가 지구 위에 어제보다 몇 명 더 존재한다면, 오늘의 세상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852쪽, 4만39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