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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장은 ‘봉’

1년에 수백억원대 수익 잔치
기부금은 0.1% 수준 ‘쥐꼬리’
눈치 안보고 매년 가격인상도

국내 양대 위스키 수입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디아지오코리아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백억 원대의 수익금 대부분을 배당을 통해 본사로 보내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기부금은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업체는 해마다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수익성 극대화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23년 7월 1일∼2024년 6월 30일까지의 당기순이익 409억2100만 원 가운데 408억9400만 원을 배당금으로 돌렸다.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인 배당성향은 99.93%에 이른다. 이번 배당금은 직전 회계연도의 336억3600만 원(배당성향 99.98%)을 웃돌았다.

디아지오코리아의 경우 당기순이익 151억3500만 원 중 138억 원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배당성향은 91.17%에 달했다. 직전 회계연도는 당기순이익 177억4900만 원 중 160억 원(배당성향 90.15%)을 배당금으로 챙겨 본사에 송금했다. 두 회사 모두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한 채 사내 잉여이익금은 거의 남기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 지침상 배당금에 대한 의견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의 국내 기부금은 미미했다. 페르노리카와 디아지오의 이번 회계연도 기부금은 1억4500만 원, 3100만 원 수준으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각각 0.27%, 0.17%에 그쳤다. 두 회사는 이에 대해 “기부금 외에도 한국에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마다 막대한 배당금을 본사에 송금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크게 보지 않은 채 매년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디아지오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7월부로 위스키와 데킬라 등 5개 주류 제품 가격을 평균 18% 인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조니워커 레드·그린·18년, 기네스 드래프트 등 가격을 5∼9%씩 올렸다. 페르노리카도 지난해 편의점 기준 발렌타인 12년 가격을 4만7900원에서 5만3100원으로 10.9% 인상했다. 로얄살루트 21년은 34만5200원에서 37만2900원으로 8% 올린 바 있다.

위스키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실적은 탄탄한 편이다. 이번 회계연도 페르노리카 영업이익은 530억8800만 원으로, 전년 동기(513억6100만 원)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52억6100만 원에서 1751억6200만 원으로 5.5% 줄었지만, 2019년 매각한 기존 임페리얼 법인 실적을 제외한 별도법인 기준으론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조니워커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디아지오는 같은 기간 매출이 1533억6900만 원에서 1624억9200만 원으로 5.9% 늘었다. 영업이익이 일부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던 윈저를 2022년 7월 ‘윈저글로벌’로 분사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