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서방무기 공중통로 열려”
러, 장거리무기 허용말라 재경고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군 레이더 시스템을 파괴한 뒤 공격 위치를 밝히지 않아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핵보유국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실상 핵보유국인 미국·영국·프랑스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다.

3일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정확한 시기와 위치를 밝히지 않은 채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사거리 300㎞)로 러시아군 네보-M(Nebo-M) 레이더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레이더가 파괴되면서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와 스칼프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중 통로’가 열릴 것이라고 우크라이나군은 설명했다. 네보-M은 F-22, F-35 등 스텔스 전투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이다. 로이터통신은 네보-M 레이더의 가치는 1억 달러(약 1334억 원)에 달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공습 전까지 총 10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한 미국 등은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지난 5월부터 우크라이나가 방어 목적에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용인했지만, 국경 인근 지역으로 사용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의 공습 지점이 제한된 범위에서 벗어난 러시아 본토일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현재 핵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의 위험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의 전쟁 개입을 경고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우리는 미지의 군사·정치적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 상대방은 실수할 여유가 없으며, 실수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행보로 인한 결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받은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구하자 러시아는 핵 교리 개정을 공언하며 보복을 경고 중이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