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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빌라 평당 4000만원
반포 아파트는 1억5000만원대

“서울에선 웬만한 선호 지역의 국민 평형 아파트 값이 20억 원을 웃도는데, 여기서는 같은 값으로 60∼70평(198∼231㎡)짜리 고급 빌라를 살 수 있어요.”

이달 1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은 1980~1990년대 들어선 빨간 벽돌집 저층 빌라와 2000년대 이후 건축된 담장 높은 현대식 빌라가 정갈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이날 만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에 비하면 요즘 서래마을 빌라들은 정말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래마을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벌총수와 연예인, 자산가들이 몰려 살던 강남 최고의 부촌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한남·성수·반포 등 한강변 지역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하이엔드 대단지 아파트 단지에 밀려 과거의 명성을 잃고 있다.


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인근 아파트 단지와의 시세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5억 원대였던 서초구 반포동 30평대 아파트 대신 80평짜리 서래마을의 고급 빌라를 매수한 A 씨는 “그때 아파트를 샀으면 40억 원대에도 쉽게 팔 수 있었을 텐데 올해 초부터 20억 원대까지 호가를 내려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빌라는 지난해 23억 원대에 실거래됐다. 주거 전용 면적으로 환산하면 평당 4000만 원 초반대다. 최근 거래된 반포동의 아파트가 평당 1억5000만 원대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 단독주택들이 집중된 전통의 부촌 평창동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17~2018년 일반적인 단독주택들의 대지지분 가격이 보통 평당 1200만~1800만 원대였는데 올해나 지난해 거래된 물건 시세들을 보면 평당 1300만~2000만 원대로 거의 제자리”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통 부촌의 쇠락은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거 트렌드가 강세를 나타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R 114 팀장은 “대단지 아파트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 안에 호텔에 버금가는 조식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게 진화 중이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그런 편의성을 갖추기 어렵다”며 아파트 쏠림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단독주택과 빌라가 많은 한남동 UN빌리지나 남산 부근의 주택들도 나인원한남이나 한남더힐 등 하이엔드 아파트에 비해 시세가 저렴한데 한남동 재개발이 완료되면 부촌 이미지는 더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