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미성년자 납입 인정 기간 2년→5년
납입 인정액도 240만→1500만원 상향
일각에선 “청약통장도 부모 찬스”

“외벌이인데 자녀 1명당 15만 원씩 총 30만 원을 청약통장에 더 넣는 게 부담은 되지만, 내 집 마련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데 어쩌겠어요. 별수 없죠.”

올해 하반기 들어 미성년자 청약통장 인정 기간과 납입 인정 금액이 잇따라 늘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자녀의 미래 내 집 마련을 위해 더 많은 금액의 청약 저축액을 더 오랜 기간 부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부모 찬스’ 유무에 따라 또래 간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순차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미성년자 청약통장 가입 인정 기간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됐다. 또 내달부터는 최대 청약 인정액이 24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라간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년에 월 10만 원씩 최대 240만 원을 납입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부모가 자녀 명의 청약통장에 5년간 월 25만 원씩, 모두 1500만 원을 납부해야 최대치를 인정받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청약 저축 지원을 늘리는 것이 큰 부담이지만 미성년 시절부터 준비를 해주면 단 몇 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인기 단지 청약 당첨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가장 유리한 청약 전략은 자녀가 중학생 때부터 부모가 총 1500만 원의 청약 저축액을 대신 내주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청약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성년 자녀에 대한 청약 저축 지원은 공공분양 당첨 가능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납입 횟수와 저축 총액에 따라 당첨 여부가 결정되는 공공분양의 경우 14세에 준비하면 30세 전후로 공공분양 당첨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약 저축 인정액이 종전보다 6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내 집 마련 출발선의 양극화가 더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인정액 상향은 격차만 더 벌리는 제도”라며 “부모가 못 넣어주는 미성년자나 청년이라 하더라도 못 넣는 사람이 있을 텐데 이들은 공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