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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김다함(36)·김찬미(여·27) 부부

“가시는 길이 불편하다면 제가 운전기사를 해드릴까요?”

교회 수련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저(찬미)와 남편이 만났던 날, 집에 돌아왔더니 남편이 영화를 한 편 추천해주는 거예요. 속으로 ‘함께 영화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안면을 튼 지 얼마 되지 않아 망설였답니다. 그런데 남편이 먼저 자기가 영화관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거예요. 속으로 들떴던 저는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던 친척 동생과의 약속을 냉큼 취소하고 남편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관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메시지로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급작스러웠지만, 다음 날 만나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제게 관심이 생겼어도 9세란 나이 차 때문에 망설여졌다고 해요. 하지만 전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남편이 누구보다 자상하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한번은 데이트 때 남편이 시간 계산을 잘못해 3시간이나 늦게 나왔는데도 전혀 화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은 그때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대요.

저희는 지난 3월 결혼했어요.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교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결혼할 때까지 비밀 연애를 고수했어요. 한여름에 데이트할 때도 혹여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마스크를 끼고 미어캣처럼 다녔죠. 교인분들은 나중에 청첩장을 돌릴 때야 교제 사실을 알게 되셨답니다.

저희는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원룸 생활만의 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생일 이벤트도 제가 샤워하는 사이에 남편이 우당탕 준비했는데요. 그 소리가 화장실 안에서도 다 들려 웃음을 참기 바빴답니다. 다투는 일도 줄어들고, 다투더라도 금방 화해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부부들처럼 어디로 도망가거나 숨기 어려웠으니까요. 저희는 앞으로 두 사람만 알콩달콩 행복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따뜻한 부부로 살아가고 싶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