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토킹처벌법 적용 검토

의사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10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찰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은 의사로 추정되는 블랙리스트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개인정보보호법에 더해 스토킹처벌법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집단행동 중인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태의 사이트 ‘감사한 의사 명단’에 ‘응급실 부역’이란 이름으로 응급실 근무 의사들의 목록이 올라왔다. 최근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작성자는 이들을 향해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고 조롱했다. 겉으론 ‘감사와 응원’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응급실 근무자들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유도하는 한편 의사들의 추가적인 현장 복귀를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사이트에 구체적인 신상이 게시된 복귀 전공의, 전임의, 교수, 의대생 등은 2500여 명에 이른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외에 스토킹처벌법 적용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까지 적용될 경우 처벌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개정 시행되고 있는 스토킹처벌법은 개인정보를 정보통신망에 배포·게시하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름이 공개된 일부 의사가 대인기피증을 호소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요건도 충족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작성자를 추적 중”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이트 작성자 외에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혐의로는 30명가량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