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인 안젤라 게오르규(오른쪽)와 테너 김재형. 게오르규의 상대 배역에 대한 날 선 반응은 사랑하는 사이라는 극 중 설정을 무색하게 했다. 아래 사진은 지난달 30일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게오르규.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연합뉴스

■ 오페라‘토스카’서 비매너로 야유받은 안젤라 게오르규

상대역 예정없던 앙코르에
무대 올라 “독창회냐”항의
몰입하던 관객은 흐름 끊겨

공연 끝난뒤 인사않고 퇴장
관객들은 환불 요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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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로 내한한 세계적 오페라 가수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야유의 대상이 됐다. 오페라 도중 무대에 난입해 지휘자와 관객을 상대로 ‘훈계’하고, 커튼콜까지 거부하면서다. 세종문화회관은 게오르규에게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했지만, 분개한 관객들의 환불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은 커지고 있다. 공연을 관람한 소프라노 황수미는 “매너가 진짜 디바를 만든다”고 일침했다.

사건은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무대에서 발생했다. 오페라 클라이맥스인 3막에서 카바라도시(테너 김재형)의 ‘별은 빛나건만’이 끝나자 객석에서 ‘비스(bis)’를 외치는 환호가 이어졌다. 비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독창을 마친 가수에게 앙코르를 요청하는 것이다. 지중배 지휘자는 자연스럽게 연주를 반복했고, 김재형의 앙코르가 시작됐다.

이때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게오르규가 돌연 무대에 등장했다. 김재형이 앙코르를 하는 동안 못마땅한 듯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서 있던 그녀는 앙코르가 끝나자 외쳤다. “실례합니다. 이것은 공연(퍼포먼스)이지 리사이틀이 아니에요. 저를 존중해주세요(Respect me)!”

게오르규의 말처럼 오페라 도중 앙코르는 다른 가수를 무시하는 행동일까. 이날 앙코르는 출연진 합의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음악의 흐름을 결정하는 건 지휘자의 권한”이라며 “이유 불문하고 지휘자와 다른 출연진, 그리고 무대에 몰입하던 관객 모두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너 이용훈은 지난해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네순 도르마)’를 앙코르로 부른 바 있다. 세계적 오페라극장에서도 관객들의 열광적 요청에 따라 심심치 않게 앙코르가 벌어진다.

공연이 끝나고,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커튼콜 때 게오르규는 또다시 돌발 행동을 벌였다. 극의 주인공인 그녀가 무대에 나오지 않았던 것. 얼마 뒤 게오르규는 사무엘 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객석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하는 소리와 함께 일부 관객은 “고 홈(집으로 돌아가라)”이라고 외쳤다. 이에 게오르규는 성난 얼굴로 관객들에게 인사도 없이 퇴장했다. 게오르규는 관객들의 거센 야유에 충격을 받아 분장실에서 한참을 머물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을 관람한 이 모 씨는 “게오르규의 오랜 팬으로서 충격을 받았다”며 “실망을 넘어 공연사고”라고 말했다. 일부 관객은 게오르규의 돌발 행동을 문제 삼아 주최사인 세종문화회관에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전날 공연 중 있었던 내용과 관객의 반응을 게오르규의 소속사(인터뮤지카)에 전달했다”며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우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게오르규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론가는 “성악가는 유독 전성기가 짧아 내한하는 유명 성악가들은 전성기가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페라를 기획할 때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