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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도봉구 이전’ 약속불구
국기원측 비용 문제로 계획 철회
강남구는 이전 취소 확인하고
주변 일대 관광특구 지정추진

서울시와 도봉구, 강남구가 국기원 이전과 관련해 때아닌 ‘국기원의 난(亂)’으로 들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동섭 국기원장이 직접 국기원의 도봉구 화학부대 부지 이전을 합의했지만, 국기원이 이전비 문제를 이유로 이전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기원 관계자는 29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당분간 이전을 추진할 의사가 없고 이와 관련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남구는 최근 역삼동에 위치한 국기원 일대를 관광특구로 신규 지정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강남구는 이전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국기원의 의사를 확인하고 해당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봉구는 국기원의 이 같은 방침에 당혹해하면서 국기원 이전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도봉구는 지난달 ‘국기원 도봉구 이전 촉구 서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9일 기준 11만8491명의 서명을 받았다. 도봉구는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고 다음 달 21일에는 ‘국기원 이전 촉구 구민 걷기대회’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기원은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서울시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국기원으로부터 이전 방침 변경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측은 “지난 6월에도 국기원과 도봉구 이전과 관련해 실무협의를 열고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전 예정 부지가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된 관계로 국토교통부 및 환경부와도 국기원 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국기원은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의 이전 부지 확정 합의가 구두로 진행돼 공식 문서가 없고, 이전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신규 국기원 건축을 위해서는 정부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로부터 최대 1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받아야 하지만 문체부가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면서 이 같은 국기원의 난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2022년 5월 국기원은 서울시와 국기원 이전 건립 관련 협업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열린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선 “국기원을 도봉구 화학부대 부지로 이전하는 것으로 최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위치에 1972년 개원한 국기원은 시설 노후화로 안전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전 건립이 검토돼 왔다.

이정민·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