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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수민(29)·김유진(여·29) 부부

소개팅으로 성사된 저(유진)와 남편의 첫 만남. 남편은 운동복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어요. 무례하단 느낌보다는…. 정말 밝고 순수한 소년 같았어요. 눈을 반짝거리며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열심히 들어줬어요. 그 모습에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하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어요. 그만큼 서로 잘 통했단 뜻이겠죠?

몇 번 데이트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가 된 줄 알았는데요. 남편이 “나는 기록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서 1일을 꼭 설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 냉동 삼겹살을 같이 먹은 날이 얼렁뚱땅 1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경남 사천에 살고 있는데요. 남편은 지방에서 저 같은 사람을 다시 못 만날 거 같다며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느샌가 남편과 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500일간 교제를 마친 뒤 우리는 부부가 됐습니다. 저와 남편은 성격이 많이 달라요. 일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저와는 달리 남편은 숨 쉬는 것 하나, 밥 먹는 것 하나까지 저와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하거든요. 둘의 일상을 SNS에 공유하고 싶다는 남편 생각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리 사진을 올리며 신나 하는 남편을 보고 그냥 내가 변하자 생각했어요.

처음엔 제 인생 계획에서 결혼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남편과 만나면서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죠. 지금은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할까, 우리가 이사한다면 어디로 할까 등 현실적인 구상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언제 현실이 될지 모르니까요.

현실적인 문제를 계속 고민하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인생이란 길을 뚜벅뚜벅 걷는 여행자 같은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