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초 늘봄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있다. 박윤슬 기자

■ 2학기 전국 전면시행 앞… 구미 선산초교 ‘촘촘학교’ 르포

학부모 모니터링단 적극 활용
맞춤형 프로그램 구축에 앞장
밤까지 보육 필요한 학생 위해
지역 돌봄 기관과 연계하기도
승마·수영 등 프로그램도 확대

구미=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코딩·인공지능(AI) 방과 후 수업은 선산초 늘봄학교의 강점 중 하나인데, 학생들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다양화해 수업을 개설하면 어떨까요?”

지난 5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초 늘봄학교 ‘AI 아티스트’ 교실. 이날 해당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 권종해 씨는 “아이들에게 AI나 코딩을 가르쳐 주고 싶어도 선산초 주변에는 학원이 없다”며 “수업 선택권을 더 넓히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문진숙 선산초 교장은 “2학기부터 코딩로봇·AI 수업을 난이도에 맞게 분리 배치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저학년 학생 5~6명이 팀을 이뤄 PC를 활용해 코딩과 모델링을 하는 등 ‘AI 아티스트’ 수업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코딩 수업을 듣는 선산초 1학년 홍성빈 군은 “부모님 권유로 코딩을 처음 배우게 됐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며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나중에 사회복지사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나눔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에게 정규 수업 외에 맞춤형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2학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다. 경북 ‘늘봄 시범학교’로 선정된 선산초는 지난 1학기 수업을 먼저 시작한 데 이어 학부모 모니터링단과 함께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선산초는 지난 4일 학부모 25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는 등 수업 질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이다. 2학기부터는 분기별로 학부모 모니터링 회의를 열고, 교장이 주관해 학부모 연수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5일 구미시 선산초 늘봄학교 놀이체육교실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박윤슬 기자

◇저학년 프로그램 탄력적 운영·자체 확대 = 전교생이 509명인 선산초는 중규모 학교다. 이곳은 지난 5월부터 학부모 수요조사 등을 진행해 저학년 대상 맞춤 수업을 확대한 ‘늘봄 촘촘학교’를 운영 중이다. 선산초에 다니는 대다수 재학생은 맞벌이 가구 자녀다. 중학교 교사 부부로 오전 일찍 학교에 출근해야 하는 권 씨는 올해 초 선산초에 저학년을 위한 오전 늘봄수업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산초는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지난 5월부터 늘봄학교 무상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육 기능을 강화했다. 선산초는 오전 8시 10분부터 운영하는 ‘아침 늘봄’을 신청한 학생 전원을 모두 수용하는 등 저학년 대상 맞춤형 늘봄 프로그램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산초는 밤늦은 시간까지 보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지역 돌봄기관과 연계해 늘봄 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문 교장은 “학부모 권 씨처럼 오전에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모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시행 초반기 늘봄학교를 잘 모르던 학부모들도 모니터링단에 참여하면서 수업 내용을 다양화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선산초에 다니는 1,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황미리 씨는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식당을 운영한다.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자녀들이 하교한 후 돌봄 걱정에 시달리던 황 씨는 늘봄 촘촘학교 덕에 부담을 덜었다. 황 씨는 “늘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며 “아이들을 위해 수영, 승마, 골프 등이 늘봄학교 수업에 추가되면 좋겠다고 건의했는데, 학교 측에서 2학기에 개설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선산초는 학부모 모니터링단의 요청사항을 반영해 2학기 늘봄학교 수업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문 교장은 “일부 학부모 모니터링단이 ‘늘봄 시범학교’로 선정됐다는 걸 몰라 2월 수업 신청을 놓쳤다고 건의했다”며 “2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를 위한 홍보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 강사가 미술 수업에서 학생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치는 모습. 박윤슬 기자

◇소규모 학교 경북형 늘봄 모델 위한 학부모 모니터링단 활발 = 교육부는 선산초를 비롯해 전국 2963개교에 늘봄학교를 운영하면서 총 954명이 참여한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가동 중이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3월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180개교에서 학부모 191명을 선정한 후 교육지원청 단위로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구성했다.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대상으로 ‘2024 상반기 늘봄학교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경북 지역 학부모 모니터링단의 늘봄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90.5%,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89.0%에 달했다. 5월에는 경북 학부모 모니터링단 연수회를 실시했다. 학부모들이 늘봄학교 정책을 이해하도록 돕고, 모니터링단 역할을 안내했다. 이후 7월 초에는 온라인을 통해 늘봄학교 학부모 모니터링단 상반기 활동 결과를 모으고 2학기 수업 질 개선을 위한 의견을 받았다.

재학생이 30~40명에 불과한 경북 외곽 지역 소규모 학교에서도 학부모 모니터링단 활동은 활발하다. 경북 김천시 조마면 조마초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이남숙 씨는 “우리처럼 학생 수가 39명 정도인 학교에서도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주말 늘봄학교 수영교실 등도 열린다”며 “학부모 모니터링단과 학교 간 소통이 활발해 수업 점검도 잘 이뤄지고, 건의사항도 빨리 반영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씨는 경북교육감과 학부모 모니터링단 간 면담에도 참여해 늘봄학교 제도 개선에 대한 건의사항을 낸 바 있다. 경북교육청은 2학기에는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는 만큼, 학부모 모니터링단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대면 모임을 상시 개최해 제도가 정착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