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오후 춘천시 생태계교란식물제거반이 삼천동 북한강변에서 가시박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미역취·돼지풀 등 생태계교란
춘천, 가시박 125만㎡ 제거작업
매년 3차례 진행해도 박멸 안돼
정읍·전주·여주도 퇴치 구슬땀

춘천=글·사진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전국종합

“억센 가시에 찔려가며 하나씩 뿌리째 뽑아도 비 오고 나면 다시 무성해지니 허탈하네요.”

2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삼천동 북한강 변에서는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 ‘가시박’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복면, 모자, 장갑 등으로 무장한 작업자들은 연신 땀을 훔쳐가며 가시박과 ‘전쟁’을 벌였다. 백영진 춘천시 생태계교란식물제거반장은 “워낙 성장 속도가 빨라 제거 작업 중 주위에 떨어졌던 씨앗이 다시 발화해 1주일이면 1m 가까이 자란다”며 “매년 같은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세 번씩 작업하는데도 퇴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위 토종 식물을 고사시키며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가시박, 양미역취, 환삼덩굴, 돼지풀 등 외래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환경부는 이들 4종을 포함해 총 17종을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2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춘천시 북한강 일대 240만㎡(축구장 336개 면적)에 가시박이 광범위하게 번식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1990년대 초 국내에 들어온 가시박은 덩굴 길이가 4∼8m에 이른다. 한여름에는 하루에 약 30㎝까지 자라 주변 식물을 뒤덮으면서 말라죽게 해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린다.

이에 시는 지난 4월부터 대대적인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까지 가시박 125만㎡를 제거할 방침이다. 양양군도 10월까지 생태계 교란식물 퇴치 기간으로 정하고 제거 작업을 진행한다. 군이 파악한 생태계 교란식물 서식 면적은 총 24만5600㎡로 가시박은 16만7600㎡, 단풍잎돼지풀과 돼지풀이 7만8000㎡ 등이다.

올해 초부터 작업에 나선 전북 정읍시도 상반기 동진강 일대에서 ‘양미역취’ 제거 작업을 진행했고 전주시는 9월까지 가시박과 환삼덩굴 등을 제거하기 위해 2만1000㎡에 대한 퇴치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앞서 경기 여주시는 지난 17일 시민단체와 함께 금당천과 남한강 합류지에서 가시박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등 전국 지자체가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희귀식물의 보고인 국립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전국 23개 국립공원에서 제거한 생태계 교란식물은 총 62만5235㎡로 축구장 87.5개 면적에 달한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생태계 교란식물은 햇빛이 많은 수변에서 자라며 주위 식물을 모두 고사시킨다”면서 “국립공원은 주변부에 주로 서식하고 있어 피해는 크지 않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매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