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거운 출근길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검찰총장 패싱 논란

“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총장 지휘권 배제해
사전 보고하면 법 어기는 셈
이원석 총장과 오해 풀겠다”

이 총장 “진상 파악뒤 조치”
진상 조사땐 갈등 커질 듯

이미지 크게보기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 ‘패싱’ 논란과 관련해 당장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이 총장을 대면해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5월 검찰 인사 이후 누적된 갈등이 봉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해 보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며 “진상을 파악하고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향후 진상조사 등을 지시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진상조사나 감찰 등이 현실화할 경우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이 지검장은 이 총장에게 사전보고 시 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배제했고, 이후로도 이 상태는 유지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2년간 지체된 사건으로 반드시 수사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수사지휘권 문제로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사전보고를 하지 못했고, 조사 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보고가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총장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있기 때문에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이고, 김 여사 측이 검찰청 소환 조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한 조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총장에게 사전보고해야 하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보고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 비공개 조사를 계기로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의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해 전담 수사팀이 구성됐는데 이후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총장은 인사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교체된 이후 이 총장이 다시 “성역이 없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중앙지검 관계자가 “가치판단의 표현인데 사실을 말하는 검사가 그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좀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검이 지난달 ‘쿠팡 랭킹 조작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대신 서울동부지검에 배당한 것을 두고도 이 총장이 이 지검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총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 지검장과의 불화설을 묻자 “이 지검장과 잠시 통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검사장이나 저나 웃고 말았다”며 갈등설을 부인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