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체육부 차장

며칠 전 편집국에서 만난 타 부서 후배 기자가 내게 물었다. “선배, 올림픽 분위기가 나지 않네요?” 오는 27일 오전(한국시간)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자, 파리로 출장을 가는 선배의 걱정을 해 준 것이다. 내 대답은 이랬다. “대회가 시작되고, 메달 소식이 나오면 나아지겠지….”

한때 올림픽이 온 국민의 희망이던 때가 있었다. 4년마다 찾아오는 올림픽 기간엔 대형 스크린 앞에 다 같이 모여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겐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은 그간 ‘올림픽 특수’를 누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응원복 차림의 광고 모델이 더 선명한 화질의 TV로 대회를 즐기라는 광고가 등장했고, 길거리 전광판에서는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대기업의 메시지가 나왔다. 심지어 한국 선수단의 선전을 기대하는 금융 상품도 출시됐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같은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일부 국민은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최근 거리에선 파리올림픽 관련 흔한 홍보물조차 찾기 힘들다.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도 거의 없다. 버스 정류장에 한 식음료 기업의 올림픽 관련 이벤트 정도만이 눈에 띈다.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한 방송사들도 울상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방송국 PD는 개막 후에도 무관심이 계속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는 “방송사의 간판 아나운서를 내세워 특집방송을 준비하고, 각종 예고 영상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고 싶지만, 광고 시장에서 올림픽 특수라는 표현이 아예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한국 선수단이 체감하는 올림픽 분위기는 더 심각하다.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한 감독은 “대표팀 지도자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이번 대회처럼 주위의 열기가 없기는 처음”이라고 걱정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기업 후원. 올림픽을 앞두고는 격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불황의 여파 등으로 올해에는 이마저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예년과 달리, 한국 선수단을 향한 기업 후원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유독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한 데는 그간 ‘붐 업’을 담당했던 남자 축구가 40년 만에 예선 탈락한 것이 크다. 국내 넘버원 인기 스포츠인 야구도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더 큰 적도 있다. 한국은 이번 파리올림픽에 143명을 파견하는데 이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50명) 이후 최소 인원이다.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5개. 엘리트 체육 저변 약화로 인해 한때 ‘톱10’을 자신했던 스포츠 강국이었지만, 어느덧 20위권까지 밀려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도 전 세계인의 스포츠 잔치는 시작된다. 한국 선수단은 역경을 뛰어넘는 용기와 투지의 드라마를 준비했다. 최근 국민은 경기 침체, 정치 갈등 같은 어두운 소식에 지쳐만 간다.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우리 선수들이 파리에서 매일 반가운 소식을 들려준다면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이다. 찜통더위를 날릴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자.

이미지 크게보기 정세영 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