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결혼했습니다 - 이태호(33)·김보미(여·33) 부부

저(태호)와 아내는 소개팅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아내는 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아내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따뜻한 캔커피를 사줬는데 그게 감동 포인트였다고 하더라고요. 아내와 만난 날이 너무 추워서 저도 모르게 한 행동이 그린라이트가 된 거죠. 아내의 집으로 가면서 40분이나 떠들었는데, 이야기가 한 번도 끊기지 않을 정도로 통하는 점이 많았어요. 또, 아내의 근무가 늦게 끝나면 혹시 밥을 안 먹었을까 걱정돼 기프티콘도 보내줬죠. 이후 데이트 때 아내가 아무렇지 않게 제게 팔짱을 꼈고 그게 계기가 돼 저희는 19일간의 썸을 마치고 연인이 됐습니다. 아내는 팔짱을 낀 게 별 의미가 없었다곤 하지만…. 글쎄요?

만나면서 서로 아름다운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오이도에 조개구이를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 택시 타고 돌아오는 길에 볼 일이 너무 급해 기사님께 부탁해 중간에 내린 적도 있고요. 아내 친구들과 한 술자리에서 아내를 잃어버린 적도 있죠.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 보니 아내가 사라져 정말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아내가 자취방에 돌아가 혼자 쿨쿨 자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저희는 연애 당시의 흑역사를 이야기하며 웃곤 합니다.

제가 본래 연기를 전공하다 전업을 했는데, 아무래도 자금적으로 여유가 없었어요. 슬슬 결혼을 생각할 나이인데 제 욕심 때문에 아내를 잡아두는 건 아닌가 싶어 헤어지자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랬더니 아내가 결혼 서약서까지 써가면서 저를 붙잡더라고요. 결혼 서약서에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평생을 같이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는데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 3월 결혼한 우리는 신혼부부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서포트하는 남편이 되고 싶어요. 아내 고생 안 시키는 남편이자 노력하는 가장으로서, 나중에 나이 들어 지금 시기를 되돌아보며 꼭 ‘잘 살았다’라고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