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뉴시스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사후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 동안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이흥구 )는 18일 A(87) 씨가 전 남편 B(85) 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원심의 청구 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 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일반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라고 한다. 과거 양육비를 언제나 청구할 수 있다면 채무자는 평생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소멸시효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양육비를 미성년 자녀가 만 19세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면 자녀가 성인이 된 후라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종전 대법원 판례는 양육비의 경우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봤다. 자녀가 성인이 됐더라도 사전에 양육비 지급을 협의한 적이 없으면 언제든 법적으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이번 사건을 접수하고 6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이날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A 씨와 B 씨는 1971년 혼인하고 1973년에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이듬해부터 별거했고 1984년에 정식으로 이혼했다. 아들의 양육은 A 씨가 1974년부터 19년간 전담했다. A 씨는 아들이 성인이 된 때로부터 23년이 흐른 2016년 B 씨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 약 1억2000만 원을 청구했고 1심에서 6000만 원이 인정됐다. 항고심을 심리한 수원지법은 언제까지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종전 대법원 판례를 어기고 A 씨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은 다수 의견과 달리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관계에 따라 인정되는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의 성질을 가지므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권영준 대법관은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