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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민수(32)·박제인(여·29) 부부

2017년 여름 저는 무용과 선배 언니로부터 남편을 소개받았습니다. 직업이 ‘프로 축구 선수’라는 것만 듣고 나갔는데, 햇볕에 그을려 까무잡잡한 남편을 보자마자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남편은 첫 만남부터 결혼 이야기를 꺼냈어요. 저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연애의 끝은 결혼이에요”라고 대답했어요. 다음날, 데이트를 마친 뒤 남편은 바로 사귀자고 하더라고요. 소개팅 하루 만에 고백은 너무 성급한 것 같다고 했더니 남편은 “좋으면 그냥 만나자”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그렇게 우리 둘은 연인이 됐습니다.

즐겁게 시작한 연애는 얼마 안 가 위기가 찾아왔어요. 연애 5개월이 되던 때, 남편이 강원FC로 이적하게 되면서 서울-강릉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겁니다. 장거리 연애는 3년간 이어졌는데 제가 매주 주말이나 쉬는 날마다 기차 타고 강릉에 갔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가서도 몇 시간 못 만나고 다시 돌아와야 해서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헤어지는 게 슬프고 아쉬워 거의 매번 울면서 집으로 향했으니까요.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남편 노력이 컸어요. 제가 장거리 연애는 대화를 많이 해야 잘 지속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를 기억하고 항상 대화하려고 했거든요. 본래 무뚝뚝해서 애정 표현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말이죠.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도 하고 제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길 내내 전화로 목소리를 들려줬어요. 자기 일상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했죠.

남편이 프러포즈한 날은 울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네요. 사실 남편 직업 특성상 결혼 준비를 제가 주로 하다 보니 섭섭함이 쌓였거든요. 그런데 시부모님과 저희 부모님, 남편 가장 친한 친구의 축하 영상을 준비한 남편에게 크게 감동했어요. 쉬는 날도 일정하지 않은데 몇 달 동안 프러포즈를 혼자 준비했을 생각을 하니 눈물밖에 안 나더라고요. 사랑한단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서로 응원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