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결혼했습니다 - 윤재서(32)·하송화(여·34) 부부

저(송화)와 남편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릴 때 같은 교회를 다녔던 우리는 일요일마다 예배를 계기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한 누나, 동생으로 지냈어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남편이 밸런타인데이에 직접 만든 초콜릿을 주면서 고백하더라고요. 평소에 이성으로 보지 않던 상대가 고백하니 부담스러워 그때부터 남편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남편과는 종종 연락은 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된 2019년 제게 다시 고백하더라고요. 확실히 정리해야겠다 싶어 남편을 만나 “나 말고 좋은 사람 만나”라며 거절했습니다.

그런 저와 남편을 이어준 건 다름 아닌 언니와 여동생이었어요. 언니와 여동생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이별의 아픔을 겪던 저를 위로해 주기 위해 찾아와 계속 남편 이야기를 했어요. “널 많이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라”거나 “재서가 언니에게 진짜 잘한다”라면서요. 자매의 말에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남편이 대리로 승진했다고 연락해왔어요. 차갑게 대하던 이전과는 달리 축하도 적극적으로 했고, 연락도 제가 먼저 하기도 했죠.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지던 중 남편이 묻더라고요. 본인은 절대 남자 친구 후보가 될 수 없냐고요. 그래서 후보가 아니진 않다고 했어요. 남편은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차에서 데이트할 때 제 손을 잡으며 고백했고, 저도 그때야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교복 데이트예요. 남편이 학생 때부터 절 좋아했지만, 제가 계속 밀어냈기 때문에 교복을 입고 데이트한 적이 없었거든요. 프러포즈할 때는 저희 둘의 어릴 적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보여줘 크게 감동하기도 했네요.

저희는 2023년 10월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답니다. 남편이 초콜릿을 주며 고백한 지 18년 만에 부부가 된 셈이죠. 멀리 돌아온 만큼 남은 세월은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