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환자만 가득한 병원… 정부가 ‘전공의 사직 처리’ 시한으로 제시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환자 옆을 지나가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오늘 ‘거취 결정’ 데드라인

수련병원 211곳 복귀 8% 불과
‘증원백지화’ 단일대오 유지 전망

서울대의대·병원비대위, 복지부에
“사직서 수리 일자 전공의 뜻 존중을”

다섯 달째 병원을 무단 이탈한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15일이 됐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 중 복귀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각종 명령을 어긴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철회와 수련 특례 등 ‘대사면’을 단행했지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관철시키기 위해 단일대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사직한 후 오는 9월 하반기 모집 때 재응시하면 수련 과정을 다시 밟을 수 있지만 이를 놓치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삼성서울병원 소속 전공의 중 7명은 복귀, 8명은 사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에 복귀 의사를 밝힌 소속 전공의는 10명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들에게 이날 정오까지 복귀 여부를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이날 “복귀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15일 정오까지 답변을 요청했는데 현재까지 답변한 전공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체 수련병원 211곳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0.58%(1만506명 중 61명)에 그쳤다. 전공의 출근율은 8.1%(1111명)에 불과하다. 각 수련병원은 결원을 파악해 오는 17일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야 한다.

정부가 의대 증원 재검토를 제외한 모든 걸 양보했지만 의료계 대응은 강경해졌다.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사직 일자가 정부가 제시한 6월로 정해지면 병원을 떠난 2월 말부터 5월까지 근무지 무단 이탈로 간주돼 법적 책임을 질 위험이 있고 퇴직금 산정에도 불이익이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의대교수 단체들도 이날 권고문을 내고 “전공의들의 일방적 사직 처리는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 패착”이라면서 “정부의 과도한 통제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으로 돌아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에 사직한 전공의들은 올 9월 하반기 모집 때 재응시하면 수련 과정을 다시 밟을 수 있는 특례를 받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특례 대상인 9월 모집에 지원하지 않으면, 1년 이내 동일 과목 연차 복귀를 제한한 수련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의대 교수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전공의 상당수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련을 받을 가능성도 나온다. 의료계는 전공의 상당수가 하반기 모집 때도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민우·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