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북 군산 어청도 지역에 시간당 146㎜라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 폭우가 내렸는데, 이는 1998년 7월 전남 순천 지역에 내린 시간당 145㎜를 웃돈다. 기후변화가 일상화한 최근 5년을 되짚어 보면 2019년 7개의 최다 태풍 내습, 2020년 최장기 장마로 54일, 2022년 서울시 시간당 최고 강우, 2023년 경북 문경의 일강우량 483㎜와 같은 기록들이 쏟졌다. 기후변화를 넘어 보편화했다는 말이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특히, 올해 장마의 비정상적인 이동을 보면 충청·전라·경상도에 내린 강한 집중호우가 북상해 수도권을 강타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어느 지역도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수해 대응은 크게 방재 시설물 설치나 보강 등을 통한 구조적 대책과 예·경보 체계 강화를 통한 대피 대책 등과 같은 비구조적 대책으로 크게 나뉜다. 구조적 대책은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고 비구조적 대책은 인적 피해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속적인 재산 피해를 경감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후 위기가 일상화한 현시점에는 이 두 가지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이런 대책들이 계속 시행되지는 못해 왔다. 서울시가 2010년 수해 이후 계획한 강남역·도림천·광화문 등 10개의 대심도 빗물 저류 터널은 지금까지 신월 지역 1곳에만 시공됐고, 최근 지속적인 도시 침수를 겪고 나서야 겨우 3곳에 대한 건설을 준비 중인 것이 현실이다.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댐 건설도 구조적 대책의 핵심이다. 유럽, 미국과 같은 해외 환경 선진국에서도 기후 위기에 따라 신규 댐 건설 절대 불가라는 방침을 깨고 속속 대규모 댐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 위기 대응 물그릇 확보라는 목표 아래 신규 댐의 건설을 추진 중인 것은 늦은 감은 있으나 상당히 다행이다.
비구조적인 대책의 개선도 시급하다. 우리의 장마철이나 홍수기의 정부나 언론 대응은 강우 예보와 일반적인 안내 문구들에 국한된다. 방재 선진국인 일본의 사례를 보면 국영방송인 NHK는 예상 강우와 더불어 실제 침수예보를 동시에 한다. 즉, 도쿄역에 시간당 100㎜의 강우가 예보되는 경우 CG를 통해 도쿄 도심 주요 지점의 침수 영향 범위를 가시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방재 대책을 유도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연구·개발(R&D)을 통해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침수예측 분야의 선진적인 기술은 물론 도시 내 침수센서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내수 침수예측 분야의 기술도 가지고 있어 가시화한 홍수예보가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홍수 예·경보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가 침수예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침수예보 제도를 시범 적용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천 홍수 예보를 담당하는 환경부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 75곳의 대하천 중심 예보에서 지류·지천을 포함한 223곳에 대한 AI 홍수예보를 시행 중이다. 현실로 다가온 기후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구조적·비구조적 대책을 병행해 위기를 헤쳐 나갈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정창삼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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