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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김규헌(31)·임희주(여·31) 부부

저(규헌)와 아내는 같은 대학 동기로 처음 만났어요. 아내를 본 순간에 전 단박에 반해버렸죠. 아내와 같은 수업을 듣는 날엔 옆자리에 앉으려고 제일 먼저 갔어요. 동기들이랑 밥을 먹고 있다가도 아내가 모임에 참석한다 하면 꼭 따라갔죠. 버스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굳이 1시간 넘게 걸어 희주를 집에 데려다준 적도 있어요. 동기들은 모두 제가 아내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정도예요. 하지만 고백을 하지는 못했어요. 당시 아내가 다른 동기와 연애 중이기도 했고, 혹시 섣불리 고백했다 친구로 지내지도 못할까 봐 망설였거든요.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삶을 이어갔지만, 연락의 끈은 놓지 않았어요. 만날 때마다 아내는 제게 “너, 나 좋아하니?”라고 물어봤죠. 그 대답에 긍정하면, 혹시 절 부담스러워해 더는 만나지 않을 수 있단 걱정 때문에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커지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어요. 결국, 고백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제가 제일 먼저 좋아했다고요. 아내도 웃으면서 제 고백을 받아줬습니다.

연애를 시작한 뒤 5년 동안 아내를 잠깐이라도 보기 위해 매주 주말 왕복 2시간을 달려 대구와 구미를 오갔어요. 그 모습에 양가 부모님은 자연스럽게 결혼을 승낙해 주셨고요. 부부가 되면 닮는다는 옛말이 진짜란 걸 신혼여행을 가서 처음 느꼈어요. 아내가 실수로 제 여권을 들고 입국심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제지가 없이 통과되는 거예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내가 자기를 사랑해서 닮았나 보다”라고 말해줬어요. 아내는 아무리 그래도 남자 여자를 헷갈리는 건 심했다고 툴툴거렸지만요.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 웬만하면 제 아침밥을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침 밥상을 받을 때마다 아내에게 “결혼하길 정말 잘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 고마움을 잊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