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시드권’ 베팅 방식
2년간 판돈 총 380억원 규모

홀덤 대회 참가권인 ‘시드권’을 현금 대신 베팅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불법 홀덤 대회를 연 일당 20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현금을 걸지 않아 불법 도박이 아니다”라며 1억 원이 넘는 상금으로 참가자들을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불법 홀덤 대회를 설계하고 운영한 대표 A 씨와 B 씨 등 직원 11명을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시드권을 판매하거나 홍보한 업주 등 204명을 도박장소개설방조 혐의로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수도권 소재 대형 호텔 등에서 총 380억 원 규모의 불법 홀덤 대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주범인 A 씨는 지난달 구속 송치됐는데, 시드권 간접 베팅으로 구속된 피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홀덤 대회 참가권 명목으로 시드권을 발행해 1장당 약 10만 원에 판매했다. 1등 1억7000만 원 등 우승자들에게는 상금을 현금으로 차등 지급했다. 대회는 총 47회가 열렸고 5만여 명이 이에 참가했다. 이들은 약 46억 원의 범죄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유튜브에 “현금을 거는 행위가 없어 불법 도박과는 다르다”는 취지의 문구를 내걸고 대회가 마치 합법인 것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드권은 오픈채팅방 등에서 10만 원 선에 거래되는 등 사실상 현금과 같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드권을 걸고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나누면 그 자체로 불법 도박”이라며 “참가자들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