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연석 이외 가드레일 없어
“보호 시설·과속 방지책 필요”

“광화문광장은 차도와 인도 사이 턱이 낮고 횡단보도에 말뚝(볼라드)도 없네요.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계기로 인도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 지하철 통로를 이용하거나 최대한 인도 안쪽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박모(27) 씨는 매일같이 오가던 출근길이 공포가 됐다. 지난 1일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사고 이후 특히 개방도가 높은 광장 인근을 걷는 것이 두려워서다. 시민 장모(52) 씨도 “시청 앞에는 많은 유동인구에 비해 차량의 인도 진입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물이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차량 인도 돌진 사고가 반복되며 유동인구가 많은 광장 등을 중심으로 보행자 안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찾은 광화문광장은 별다른 보행자 안전장치 없이 차도와 인도 사이 약 15㎝ 높이의 연석만이 유일한 경계였다. 시청 앞 서울광장의 경우에도 가로수와 횡단보도에 설치된 기둥형 볼라드를 제외하고는 가드레일(방호울타리)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시설은 따로 없었다. 별다른 구조물 없이 뻥 뚫려 있는 광장 도로의 특성상 차량은 과속이 쉬운 구조였고, 인도로 차량 침입 시 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어려워 보였다.

현행법상 방호울타리나 볼라드 설치에 대한 의무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볼라드의 경우 ‘속도가 낮은 자동차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높이·지름, 설치 간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다. 시청역 사고 현장에는 인도 위에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지만,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을 대비하기 위한 것일뿐 차량 방호 목적은 아니었다. 서울시는 “보행자가 많거나 차량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에 차량 방호울타리를 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보호용 시설물 강화와 함께 차량의 과속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섬으로 차폭을 줄여 차량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게 하거나 횡단보도를 과속방지턱 형태로 만드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율·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