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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복원·히잡 단속 완화 등 공약 앞세운 온건 개혁성향
‘하메네이 충성’ 잘릴리 약 285만 표 차이로 따돌려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온건 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사진·70) 전 보건장관이 최종 당선됐다.

6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내무부와 국영 매체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결선투표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1638만4000여 표(54.7%)를 획득해 승리했다. 맞대결한 강경 보수 성향 ‘하메네이 충성파’ 소속 후보 사이드 잘릴리(59)는 득표율 44.3%(1353만8000여 표)에 그쳤다. 이란에서 결선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가린 건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결선 투표율은 약 49.8%로 전체 유권자 6145만2000여 명 중 3053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979년 이란 이슬람공화국 건국 이래 사상 최저였던 지난달 1차 투표율(39.9%)보다는 10%포인트 가까이 높았지만, 과거 여러 대선과 비교하면 저조한 편이다.

이로써 2021년 취임한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지며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란에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향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9개월째 이어온 가자지구 전쟁, 2018년 미국이 파기한 핵합의 복원 논의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대선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 성향이었던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당시 예상을 깨고 ‘깜짝’ 1위를 차지했다. 결선에서도 약 285만 표 차이로 잘릴리 후보를 누른 그는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뻗겠다"며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2001∼2005년 온건·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지냈다. 마즐리스(의회) 의원에 출마한 2008년부터 내리 5선을 했고, 2016년부터는 4년간 제1 부의장을 맡았다. 그는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해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며 핵합의 복원과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또 선거전 내내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불만이 누적된 청년·여성층 표심을 끌어안았다. 그는 개혁파로 분류되지만,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에는 순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력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했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