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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문제 없음” 승인
‘성인 추대’ 첫 단추 끼워

김수환(사진) 추기경의 시복(諡福) 추진을 교황청이 승인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18일 로마 교황청 시성부가 정순택 대주교 앞으로 보낸 답서에서 김 추기경 시복 추진을 ‘장애 없음(Nihil Obstat)’으로 알려왔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추기경은 공식 시복 추진 대상자인 ‘하느님의 종’으로 칭할 수 있다. 또한, 시복 절차가 완성되고 나면, 다시 시성(諡聖)으로 추진할 수 있다.

시복(諡福)·시성(諡聖)이란 가톨릭교회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죽거나, 혹은 순교했을 때 공식적으로 복자(福者)나 성인(聖人)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을 말한다. 시복을 통해 복자가 되면 바티칸을 제외한 지역 가톨릭교회가, 시성을 통해 성인이 되면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모시게 된다. 시복·시성절차법에 따라 그 과정은 엄격한 재판 형태를 취하며, 추진 안건을 관할 교구장이 교황청에 요청해야 한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장애 없음’ 교령은 교황청 시성부에서 검토한 결과, 시복 추진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선언이다.

김 추기경은 제11대 서울대교구장으로, 1968년 착좌 후 1998년 퇴임하기까지 30년을 교구장으로 사목했다. 개인적 덕행의 모범과 한국교회 성장을 위한 헌신, 민주주의 정착과 인권 증진을 위한 공헌 등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2009년 선종 후에는 각막 기증을 통해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내어주는 사랑을 실천했다.

교회 안팎에서 김 추기경의 모범을 이어가기 위한 시복 청원 운동이 계속됐고, 지난해 정순택 대주교가 이를 받아들여 시복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한국 주교단의 만장일치 동의, 그리고 올해 6월 교황청의 ‘장애 없음’ 승인까지 얻게 됐다. 이에 따라 김 추기경 시복 안건 역사위원회가 구성되며, 그의 생애와 덕행, 성덕의 명성에 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