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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김국기(32)·구소희(여·32) 부부

30대가 된 저(소희)는 결혼하고 싶은 생각에 들어오는 소개팅은 모두 받기 시작했어요. 한 달에 5건이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고등학교 동창도 포함돼 있었죠. 사실 주선자가 동창이라고 알려줘서 알았을 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혹시나 잘 안 되면 제 인생 ‘흑역사’가 될 것 같아 동창과의 만남은 맨 마지막으로 미뤄뒀습니다. 그런데 앞선 4번의 소개팅이 모두 실패로 끝나면서 결국 그 동창과 만나게 됐는데, 그렇게 만난 동창이 제 남편이 될 줄은 몰랐죠.

이미 4번의 소개팅을 실패한 터라 큰 기대 없이 소개팅 자리에 나갔는데, 남편은 마치 아랍 사람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훈남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하얗고 둥글둥글한 ‘두부상’을 평소 이상형으로 꼽았는데, 그 이상형마저 바뀔 정도였어요.

신기하게 서로 공통으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거의 없었는데, 싫어했던 선생님은 모두 같더라고요. 학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마음을 열게 됐어요. 사실 남편도 제가 누군지 몰랐는데, 동창과 만나면 연인으로 발전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거로 생각했다고 해요.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다 제가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갔다 돌아온 날 집 앞에서 고백을 받고 연인이 됐습니다. 저는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남편이 기회를 주지 않고 먼저 해버려서 아쉬웠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는 게 100배는 더 기분이 좋은 일 같더라고요. 특히 남편이 내성적인 성격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용기를 냈는지 알아서 더 감동이었답니다. 남편은 활달한 성격은 아니지만 ‘심쿵’ 포인트를 잘 알고 있어요. 제가 회사 일로 힘들 때, 제주도로 깜짝 여행을 준비해 저를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결혼해서 부부가 됐는데, 인생을 함께할 절친한 친구가 생겼다는 마음이 큽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