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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쉬는 시간은 나와 함께
신현이 지음│문학동네

청소년소설은 섣부른 화해를 말하지 않는다. 쉽게 화해할 수 없는 게 타인이고, 세계이고, 인생이라는 사실을 호되게 알아가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소년소설의 과업이 불화가 전부인 양 돋보기를 고정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불화를 조금씩 깨달으면서도 화해를 갈망하는 청소년의 마음에 돋보기를 비추며 얼마나 섬세한 결들이 끊임없이 일렁이는지 진지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문학동네, 2018),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문학동네, 2021)으로 동화의 특별한 자리를 만든 신현이 작가는 첫 청소년소설집인 이 책에서도 서사의 공식에 갇히지 않은 다정한 이야기를 나직이 말한다. 수록작 여섯 편에서는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소꿉친구가 늘어놓는 공상에 더 이상 온전히 빠져들 수 없고, 무람없이 친구네 집에서 잠을 자기도 어색하다. 절친이 나를 괴롭히기까지 하는데 대체 영문을 알 수 없다.

관계가 과거와 똑같지 않게 된 이유는 비단 친구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 내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던 엄마 작업실 한쪽 코끼리 양탄자는 이제 작아져 버렸다. 도서관 어린이실 책장과 벽 사이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내 몸이 커버렸다. 친구도 나도 똑같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긴 균열이다. 대개 청소년소설에서 파탄과 절망으로 끝나기도 하는 균열을 이 이야기의 청소년들은 가만히 응시하며 수용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못된 짓을 골라 하면서 점점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까”(94쪽)라고 의문하면서도 “남들 다정한 이야기만 제대로 들어도 사람 마음은 다정해지는 법이니까”(30쪽)라며 다시 손을 내민다. 지나간 시간을 되감지 못해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제부터 자신이 새로 만드는 시간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172쪽, 1만2500원.

김유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