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과수에 정밀검사 의뢰
기사 “평소 복용 약 많아” 진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차량 돌진 사고를 일으킨 택시 기사 A(70) 씨가 간이 시약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4일 드러났다.

이날 서울 중부경찰서는 “A 씨를 대상으로 실시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어떤 종류의 약물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쓰이는 모르핀 양성 반응이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몸이 좋지 않아 평소에 복용하는 처방 약이 많다”고 진술했다. 이에 불법 투약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의 성분이 검출됐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평소에 먹던 약을 계속 복용해왔다고 진술했다”며 “소변이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고, 복용 약에 대해서도 의사의 소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더라도 정밀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 18분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A 씨가 몰던 택시가 돌진 사고를 내면서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택시는 응급실에서 승객을 내려준 뒤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하다가 보행자 3명과 차량 4대를 치었다. 콘크리트로 된 건물 외벽도 내부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될 정도로 파손됐다. 40대 여성 1명은 차량에 깔려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6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인 데다, A 씨가 시청역 사고를 낸 차모(68) 씨와 마찬가지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나서 한층 파장이 커졌다. 사고가 난 병원은 시청역 사고 사망자의 빈소가 차려진 곳이기도 하다.

경찰은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기록장치(EDR) 등 차량 감식을 통해 급발진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