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지도부에 서한

“전체주의, 들어설 여지없다”
FdI, 英보수당 빗대 주류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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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이 이끄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 청년 당원들의 파시즘 행태에 출당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청년 당원들의 행보가 자칫 유럽에서 높아지고 있는 극우정당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고 차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FdI를 영국의 보수당에 비유하며 주류 우파 세력임을 자처했다.

2일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FdI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일부 청년 당원들로 인해 당의 명성이 훼손된 것에 대해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 우파가 파시즘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됐다면서 “수십 번 반복해서 말했지만 FdI는 인종주의나 반유대주의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멜로니 총리는 “FdI에는 20세기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향수나 어리석은 전설의 발현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망치도록 놔두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가 너무나 크다”며 “우리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사람들, 우리를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멜로니 총리는 FdI가 주류 우파 정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FdI를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공화당, 이스라엘의 리쿠드당과 비교하며 자신이 영국인이었다면 FdI는 보수당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파시스트 총리’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친유럽·친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행보를 이어가고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걸으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앞서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팬페이지는 지난달 FdI의 청년 당원들이 당 행사에서 파시스트 경례를 하고 나치 관련 구호를 외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파문이 일었다. 영상에는 청년 당원들이 파시즘 창시자 무솔리니를 지칭하는 ‘두체(Duce·지도자)’와 나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을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또 팬페이지는 FdI 소속 상원의원인 에스테르 미엘리를 유대인 출신이라고 조롱하고, 인종차별적 폭언이 담긴 FdI 청년 단체 채팅방 발언도 폭로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