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수능 올인’ 대입 전략
강남은 평균치의 2배 넘는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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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내신 성적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성적이 높은 편이었어요. 과목별 수행평가도 부담이어서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치르기 전에 자퇴했어요. 주변에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혼자서 공부하는 게 대입 준비에 더 수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같아요.”

지난해 수도권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박모(17) 양은 입학 6개월여 만인 9월 13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렀지만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고, 이후에도 학교 수업에 집중하거나 성적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양처럼 고등학교 입학 후 내신 경쟁에서 최상위 등급을 맞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검정고시 등을 거쳐 수능을 치른다. 1일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고등학생의 학업중단 비율은 2.0%를 기록했다. 2010학년도에 2.0%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13년 만에 다시 2.0%로 올라선 것이다. 앞서 고등학생 학업중단율은 2015년 1.3%를 기록했다가 해마다 소폭 늘어 2019년 1.7%까지 올랐다. 뒤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2020년 다시 1.1%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1.5%, 2022년 1.9%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내신 경쟁이 치열한 지역일수록 학생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찌감치 자퇴를 선택해 전략적으로 수능 준비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서울의 고등학생 학업중단율은 2.0% 수준이었는데,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는 2.4%, 서초구 2.3%, 송파구 2.2%로 전국과 서울 평균치를 웃돌았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청담고의 경우 1~3학년 학업중단율이 5.4%로 전국 평균의 두 배 이상에 이르는데 1학년의 학업중단 비율은 8.6%에 달했다. 개포고는 1~3학년 학업중단율이 4.3%인 데 비해 1학년 비율이 6.4%였다.

학업중단율이 늘면서 올해 4년제 대학 신입생 가운데 검정고시 출신 규모가 12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결과 2024학년도 전국 222개 4년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합격생 수는 9256명이었다. 이는 대학알리미에서 검정고시 합격생을 공시한 2013학년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의 입시 전략 문제와 더불어 고교생활 부적응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