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연합뉴스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니가타현 ‘사도 광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조선인 노동자 위령시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일본 유력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유산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뒤늦게 한정하는 식으로 일제강점기 기간을 배제했다. 이에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 6일 심사 결과를 공개하며 전체 역사 반영, 유산 구역 재조정 등의 자료 보완을 요청하고 ‘보류’ 권고했다. ‘보류’ 권고는 자료 보완 조건을 이행하면 등재 가능성이 큰 조치에 해당한다. 다만 이코모스는 추가 권고를 통해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 강조해 주문했다.


마이니치는 이 권고에 대해 “한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며 “일본 정부는 수면 아래에서 한국 측과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사도 광산 문제는 지난 28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차관전략대화에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마이니치는 “등재 실현에는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모두의 찬성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며 “한반도 출신자가 일했던 사도 광산을 ‘강제노동 피해 현장’으로 간주해 등재에 난색을 보이는 한국도 위원국”이라고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일본 정부는 내달 하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측 찬성을 얻기 위해 사도 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이코모스 권고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보수층 반발을 우려해 고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는 “자민당 내 보수 세력에는 한국에 ‘양보’하는 것을 문제시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에 양보하려 한다면 보수파가 한꺼번에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하려면 자민당 의원 표를 많이 확보해야 해 이러한 보수파 견해를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복잡한 일본 정치 상황을 고려해 세계유산 등재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있지만, 이 사안이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자력발전소 7호기 재가동과 연관돼 있다는 견해도 있어 일본 정부가 올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신문은 놓치지 않았다. 원자로 7기로 구성된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은 단일 원전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운전을 정지한 이 발전소를 재가동하려면 니가타현 동의가 필요하지만, 니가타현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도섬 출신인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는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각별히 관심을 쏟아왔던 터라 일본 정부 내에는 원전 재가동을 위해 사도 광산 등재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회의 회의 여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