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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탈북민 649명이 인권유린 실태 고발
“남한 영화·가요 보고 들었다고 총살”

통일부가 27일 478쪽 분량에 달하는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사상 검증 강화에 따라 ‘한류’를 접했던 주민들이 사형당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사실이 처음 포함됐다. 북한이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3대 악법을 제정한 이후 독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극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는 2017∼2023년까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한 3553명을 심층 면담 방식으로 조사해 이 중 649명의 증언을 기반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때에는 비공개였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공개됐다.

올해 보고서에는 2020년 이후 제정된 ‘3대 악법’을 적용해 한국 음악과 영화 등을 청취, 유포했다는 이유로 총살 등 공개 처형을 봤다는 목격담이 다수 기록됐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적대국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유포하거나 시청·열람한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남한 말투를 사용하면 6년 이상 징역형, 이를 가르칠 경우에는 최고 사형에 처한다. 청년교양보장법은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반하면 처벌한다.

2022년 황해남도에선 한국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고, 이를 7명에게 유포한 22세 주민이 총살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개 처형을) 가장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은 2023년 2월 남새(채소)밭에서였다”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으로 2023년 3월과 4월에도 공개 처형했다고 들었다”는 진술도 있다. 이전에는 한류 문화를 접촉할 경우 노동 교양 처벌을 주로 했지만 최근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결혼식 때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거나, 와인 잔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반동 행위’로 간주 돼 처벌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