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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정현(39)·박나윤(여·32) 부부

저(나윤)는 평소 친했던 언니와 부산 서면에 있는 8090클럽에 놀러 갔다가 남편을 만났어요. 언니가 화장실에 갔다가 만난 사람과 우연히 합석하자고 이야기가 됐고, 그렇게 모이게 된 자리에 남편이 있었죠. 함께 놀다가 저와 언니는 원래 테이블로 돌아왔는데, 그때 남편이 제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봤어요. 남편은 제게 따로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클럽 같은 곳에서 마주친 사이인 데다 나이도 7살이나 차이가 나서 망설여졌어요. 남편 나이가 적지 않아 이 사람과 만나면 결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결혼해 주지 않아도 좋으니 딱 3개월만 만나 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게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연애할 때는 거의 매일같이 붙어 지냈던 것 같아요. 남편은 금요일에 퇴근하면 아예 제 자취방으로 와 주말 내내 함께 있다가 출근하곤 했죠. 오죽했으면 남편이 술을 마시고 집에 가려고 대리 기사를 부를 때면 대리 기사가 남편 집으로 갈지, 제 집으로 갈지를 물어봤다는 거예요. 시어머니께서도 어떤 일이 있어도 잠은 꼭 집에서 자던 남편이 밥 먹듯 외박할 정도로 ‘올인’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하셨대요. 남편은 함께 있으면서 자기를 위해 뭐든지 해주려 했던 제 마음 씀씀이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술 먹고 속이 안 좋은 남편을 위해 걱정하면서 숙취 해소 음료를 사다 주는 모습에 살뜰히 챙겨주는 엄마 같다는 느낌을 받았대요. 다른 여자친구라면 숙취로 힘들어하는 걸 타박할 텐데 말이죠.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 보니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하게 됐어요.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더라고요.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다 보니 마음의 상처가 곪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부 상담을 받기도 했어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 저희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또 안 맞는 부분은 소통하며 잘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