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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신종배(39)·최하나(여·35) 부부

저(하나)는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2016년 3월 고교 동창이 소개팅을 주선해줬거든요. 남편 첫인상은 ‘아저씨’ 그 자체였어요. 소개팅 날에 남편이 제 직장 앞에서 기다린다고 해 한껏 기대하며 나갔더니…, 웬 남자가 빨간 니트에 조끼 패딩을 입고 건들건들 서 있더라고요. 그 사람이 소개팅남이란 사실을 안 순간, 누가 볼세라 빨리 차를 타고 저녁 장소로 이동했어요. 그런데 식당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막히는 거예요. 남편 역시 교통체증이 심하자 다른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드럼통 위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이었어요.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해 서로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던 데다, 고기를 다 먹은 남편은 태연하게 국수를 시키더니 1분 만에 후루룩 먹는 게 아니겠어요? 초면인 사람 앞에서 최소한의 내숭도 없는 모습을 보며 ‘참 솔직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집에 돌아와 소개팅 후기를 묻는 어머니께 남편 인상착의와 당시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일단 세 번은 만나 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몇 번 더 남편을 만났더니 신기하게 점점 그에게 스며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남편은 시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정신이 없던 상황이었대요. 누군가를 소개받을 상황이 아니었는데, 친구가 저를 소개해 준다고 하니 귀신에 홀린 듯 승낙했다고 하더라고요.

만나면서 정말 섭섭했던 순간이 한 번 있어요. 남편이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애초에 프러포즈는 기대도 하지 않았고, 대신 제가 열심히 준비해 프러포즈했거든요. 그걸 본 남편은 감동은커녕 웃으면서 “이런 걸 언제 다 준비했어?”라고만 말하는 거예요. 너무 분해서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있으니 남편이 엄청 달래주더라고요. 무심할 뿐, 저에 대한 애정은 진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2017년 결혼해 두 아이의 부모가 됐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기대며 행복하게 잘 살아가겠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