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슨 말 나눌까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과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성호 기자

■ 팩트체크 - 대북송금 판결문 보니

이재명, 국정원 문건도 근거로 댔지만
재판부는 김성태 진술에 더 신빙성 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칭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의회 회장 1심 판결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판결문, 국가정보원 보고서 등을 보면 이 대표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 17일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출석하면서 △동일 사건에 대해 동일 법원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 △안 전 회장 딸에 대해 집을 얻어준 매수 행위 △쌍방울 주가 조작을 위한 대북송금이라는 취지의 국가정보원 보고서 등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완견’ 발언을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동일 사건, 동일 법원 다른 판단은 같은 수원지법에서 담당한 이 전 부지사와 안 전 회장 1심 판결을 말한다. 이 전 부지사 재판부는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송금한 돈을 이 대표의 방북 비용과 경기도가 북한에 전달하기로 했던 스마트팜 비용이라고 판단했고, 안 전 회장 사건 재판부는 위 돈이 쌍방울의 주가 상승을 목적으로 보내졌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전 회장 1심 재판부는 북한에 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북한 관련 사업 등의 원활한 진행과 향후 대북사업을 우선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지위 부여받을 목적 등이라고 명시했다. 민주당은 구체적 범죄 판단에 전제가 되는 판결문 기초사실 부분에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노리던 김성태(쌍방울 회장), 방용철(쌍방울 부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 먹고”, “김성태, 방용철 등은 향후 북한으로부터 광물 개발사업 등 쌍방울그룹의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해 우선적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측에 대북사업 로비 자금 또는 이행보증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계획했다” 등의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대북송금 성격을 주가 부양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기초사실에는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하여 스마트팜 비용 50억 원을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수락하여 김성태 등은 농림복합형 농장 개선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방안도 모색했다”고도 언급돼 있다.

이 대표는 안 전 회장 딸에게 오피스텔을 얻어준 뒤 안 전 회장 진술이 달라졌다는 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다른 언론이 침묵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술판 회유’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마땅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쌍방울 한 직원의 일방적인 진술은 검증을 더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는 다수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가 국정원 문건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국정원 문건은 ‘쌍방울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을 받기로 했다’는 북한 측 인사의 전언이 담겨 있다.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이 문건보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는 것으로 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정도의 판단은 재판부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