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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 자신만의 ‘그림’ 그린 임윤찬… 익숙함 거부한 파격의 향연

이정우 기자
이정우 기자
  • 입력 2024-06-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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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순회 독주회 스타트

‘사계’ ‘전람회의 그림’ 등 연주
강약·템포로 다양한 이미지 표현
관객 탄성… 아이돌 공연 방불


피아니스트 임윤찬(20·사진)에게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여백이 많은 도화지였나 보다. 러시아 대작곡가의 대표작,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편곡이라는 명성에 임윤찬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전통을 뜯어고치고, 덧칠해가며 자신만의 ‘그림’을 내놓았다. 전통과 명성에 구속받지 않고, 무서울 정도의 자기 확신과 재능으로 펼쳐낸 전례 없는 파격의 향연이었다.

지난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의 독주회엔 익숙하고 관성적인 순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매번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는 연주자, 자신감에 찬 도발적 해석, 결코 쉬운 길로 가지 않는 연주가 있었다.

1부에서 멘델스존의 ‘무언가’ 2곡과 차이콥스키 ‘사계’를 한 작품처럼 이어 연주하는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사계’는 제목처럼 차이콥스키가 러시아의 1∼12월의 풍경에 어울리는 시구를 표현한 작품으로 시각적 심상이 중요하다. 임윤찬은 강약과 템포의 극단적 대비를 통해 매 순간 피아노 소리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애썼다.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서정과 흥겨움이란 정서를 큰 폭으로 오갔다. 쉴새 없이 몰아치다 10월 ‘가을의 노래’를 연주하기 전 호흡을 가다듬으며 극적인 전환점을 만들었다. 정적이 흐르는 동안 피아노와 호흡하는 듯했다.

2부 ‘전람회의 그림’ 연주는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는 약관의 포효였다. 이 작품은 무소륵스키가 친구 하르트만의 전람회 풍경과 그 그림들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그림 대다수가 남아 있지 않기에 해석의 여지가 크다. 1곡 ‘난쟁이’부터 긴 정적으로 개성을 드러낸 임윤찬은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건반을 할퀴며 앙칼지게, 때로는 건반을 부술 듯 쾅쾅 내려치며 자신의 인장을 새겼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걷는 모습(프롬나드), 춤추는 병아리들(제5곡), 빗자루 타고 나는 마녀 ‘바바야가’(10곡) 모두 생생히 그려졌다. 과거의 민화를 입체적이고, 또렷하게 복원해낸 그의 연주는 이를테면 오래된 영화의 4K 리마스터링 버전 같았다.

땀으로 범벅된 임윤찬이 비로소 건반에서 손을 떼자 2000여 명의 만원 관객은 거대한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임윤찬이 한 곡만 더 하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하나를 펴자, 더러는 비명을 질렀다. 클래식 공연장이라기보단 아이돌 가수의 열광적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순간. 임윤찬이 건반을 누르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마지막 앙코르 리스트 ‘사랑의 꿈’은 강렬한 환상에서 아득한 꿈으로 관객을 인도했다.

임윤찬의 전국 순회 독주회는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17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19일 광주예술의전당을 거쳐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마무리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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