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유치활동 중단 촉구
‘4855억 손실’ 전남 사례 들어

인천=지건태·부산=이승륜 기자

인천시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F1 그랑프리’(자동차경주대회) 유치에 나선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실패·포기 사례를 들어 제동을 걸고 나섰으며, 시의회에서도 득실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오는 2026년 또는 2027년 F1 그랑프리를 인천에서 개최해 국내 자동차 관련 연계 사업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도시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25일 대회 유치단을 꾸려 F1 경기가 열리는 모나코를 방문했다.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포뮬라원 그룹(Formula One Group) CEO에게 대회 개최에 따른 협력 의향서도 직접 전달했다.

그러나 인천YMCA와 평화복지연대 등 지역시민단체들은 “F1 개최는 인천시의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방 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유치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10년 F1을 유치했다가 4년 만에 중단한 전남도 사례를 들며 수천억 원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당시 대회 유치 과정에서 수익을 과대 산출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당시 감사보고에 따르면 전남도는 전용경기장(서킷)을 짓는 데 2294억 원이 들고, 운영수익으로 1112억 원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장 건설에는 2배가 넘는 5073억 원이 투입됐다. 수익은커녕 4855억 원의 운영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인천시보다 먼저 민간 사업자로부터 F1 유치 제안을 받아 검토한 부산시도 이런 이유로 사업 추진을 멈췄다.

인천시는 국비 확보를 위한 국제경기대회유치심사위원회 심의 신청 등 사전 준비를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이달 중 인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 5억 원 등이 반영된 추가경정예산안이 심의된다. 김대중 인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대회 개최 이후 문제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