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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주철환의 음악동네

여행 닮은 인생… 여정을 준비하듯 오늘을 채워가길

  • 입력 2024-06-03 09:08
  • 수정 2024-06-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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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볼빨간사춘기 ‘여행’

‘어깨동무 내 동무 이야기 길로 가자 옛날 옛날옛적에 간 날 간 날 간 적에 아기자기 재미나는 이야기 길로 가자’(박목월 동요 ‘이야기 길’). 음악동네는 팔도강산이 이야기 길이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재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오늘 검토할 시나리오의 첫 장면은 소백산 자락의 경상북도 영주에서 시작한다. 자막은 2011년, 영주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지영이와 지윤이는 하굣길 사과나무 아래서 비장하게 결의한다. “우리 두 사람 우지윤 안지영은 나중에 서울 가서 노래하자.” 3년 후 둘은 4명으로 팀을 늘려 슈스케6(Mnet)에 도전하고 예선, 본선을 가볍게 통과한다. 하지만 최종 톱10엔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고향 분들은 밤잠을 아낄지언정 응원박수는 아끼지 않았다. 팀이름이 무려 14자, ‘경북 영주 시골 밴드 볼빨간사춘기’인데 어찌 잠을 청할 수 있겠는가.

인생은 여행을 닮았다. 산사의 이름은 우여곡절, 숙소의 이름은 파란만장이다. 중요한 건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다. 인생이 ‘재미나는 이야기 길’이 되는 덴 산전수전이 승승장구보다 유익하다. 기억에서 희미해진 1등보다는 울퉁불퉁 오래가는 11등이 노래마을에선 오히려 환영받는다. 물론 실력을 갖췄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어깨동무는 해산했지만 지금 검색창에 ‘볼’을 치면 유명한 자동차(볼보)가 아니라 1인 밴드(안지영) 볼빨간사춘기가 맨 위에 뜬다.

사람은 반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볼빨간사춘기는 명랑과 맹랑 사이를 넘나들며 젊음의 터널을 통과하고 ‘30세’역에 도착 중이다. 처음엔 좌고우면, 가끔은 좌충우돌했지만 결국은 자기성찰의 거울 앞에 섰다. 유럽 여행 중에 연속으로 노래들을 듣다 보니 단어 하나가 잇달아 가슴까지 내려온다. 바로 ‘오늘’이다. 무려 8곡에 ‘오늘’이 등장한다.

‘오늘도 같은 자리 버스 창가에 기대앉은 네게’(‘좋다고 말해’) ‘나 오늘부터 너랑 썸을 한번 타볼 거야’(‘썸탈 꺼야’) ‘오늘만큼은 내게도 꼭 기회를 줘’(‘You(=I)’) ‘오늘만 같이 있게 해 줘’(‘너는 내 세상이었어’) ‘오늘 이 시간쯤엔 연락 올 줄 알았어’(‘나들이 갈까’) ‘오늘은 그대가 날 떠나가는 날이래요’(‘나만 안 되는 연애’) ‘지겹도록 같은 일상 속에 오늘만 살아가고 싶어져’(‘워커홀릭’)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여행’)

의무감으로 오늘을 살면 인생 여행도 출장에 불과하다. 내일이 오늘의 탄생이 되려면 오늘은 어제의 죽음이어야 마땅하다. 사춘기에 각종 명언을 원문으로 외우던 세대라면 기억할 것이다. ‘Don’t put off till tomorrow what you can do today’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의 말이라고 배웠는데 지금 보면 이게 왜 명언반열에 올랐는지 약간 의아하다. 몇 번을 읽어도 평범한 말 아닌가. 그러나 명불허전, 삶에서 매우 중요한 말인 건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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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보낸 오늘이 행복한 내일의 재료가 되려면 오늘 내가 할 일을 구별해야 한다. 1. 하고픈 일 2. 할 수 있는 일 3. 해야만 할 일.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지만, 그리고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 오죽 많은가.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곱씹어야 할 고언이다. 프랭클린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당신은 지체할지 몰라도 시간은 봐주지 않는다’(You may delay, but time will not).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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