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는 27일 일본 정부에 오는 6월 4일 이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5월 31일 북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발사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정찰위성 발사 경고한 北

북·중 관계에 대한 자신감 과시
美대선전후 매머드급 도발 전망

북한이 27일 한·일·중 정상회의 당일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힌 것은 북·중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일·중 정상회의 영향력을 반감시키기 위한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북한이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미뤄 추가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전후로 북한의 매머드급 도발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는 것은 정상회의가 갖는 의미나 주목 효과를 반감시키고 한계를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이라는 계산과 중국의 대화 행보와 별개로 무기 개발 계획을 이행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연구학회장)는 “북·중·러 협력 구도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북한은 중국이 한·일과도 대화에 나섰다는 데 대한 불편함을 표하는 방식으로 한·일·중 정상회의 기간에 발사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날 북한 전 지역은 대체로 흐리다. 이 때문에 이날 중 위성 발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발사 계획은 미리 밝혔지만, 실제 실행은 한·일·중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안보 당국은 기상 상황이 호전될 경우 이르면 이날 오후에도 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고 궤도에 위성을 올린 뒤 올해 추가로 3개를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대선을 전후로 매머드급의 무기 실험·훈련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지난 1월 북한이 실험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안정화해 미국에 시위성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량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화성-18형을 발사하는 훈련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앞서 북한은 전날 김강일 국방성 부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이 침해당할 때 우리는 즉시 행동할 것이며, 어느 순간에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