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각국 AI 규범마련 실태

영국·캐나다, 법률·의료 AI원칙 수립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 대응을 위해 ‘디지털 권리장전’ 추진을 위한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사후규제 중심의 AI 관련 법안들이 마련된 상태다. AI 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해 사전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다른 국가와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는 지난 3월 AI 개발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 등을 규정한 포괄적 규제법을 세계 최초로 마련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에 맞서 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강력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지만 유럽 기준의 AI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은 규제보다는 AI산업 진흥·발전에 더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국가 AI이니셔티브법’을 제정하고, AI 분야에 약 2조3000억 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AI 정책 로드맵’을 통해 중국의 AI 개발에 대응할 목적으로 연간 320억 달러의 AI 지원을 위한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내용도 공개했다. 여기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을 통해 AI 안전 테스트 결과와 주요 정보 등을 정부와 공유하도록 의무화했다. 아시아권에선 중국이 지난해 ‘AI 윤리 거버넌스’ 표준화 지침을 마련했다. 일본도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통해 일본 중심의 AI 국제 규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법률·의료 등에 AI 기본 원칙을 수립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AI 기본법)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될 전망이다. 다른 AI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정부 차원의 AI 분야 지원이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제도 공백으로 인해 어떤 기술적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AI 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성급한 AI 규제가 향후 미래 산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 차원에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 AI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