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으로 사건 처리가 지체되고 국가의 범죄 수사 역량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왼쪽)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오른쪽) 전경. 자료사진

제대로 안착 못하고 수사 지연
투자사기사건 3년째 警수사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지난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2년이 된 가운데 일선 경찰과 검찰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21년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이후 지적됐던 문제점이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 처리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데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시·도 경찰청의 사건 처리 기간은 2019년 50.4일, 2020년 55.6일로 소폭 증가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부터 64.2일로 증가하고 2022년 67.7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사건 처리 기간이 63.0일로 줄어들었지만, 5년 전에 비하면 사건 처리 기간이 여전히 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을 포함해 전국에서 일어나는 사건 처리 일수가 다소 줄었다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경 사이에 사건 ‘핑퐁’이 계속 되면서 몇 년간 사건 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처리에 6개월 이상 걸리는 사건(피의자 기준)도 2019년 8만9933명에서 매년 늘어 2022년 18만9675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6개월 이상 걸리는 사건 비중은 5.1%에서 13.9%까지 증가했다.

실제 사건 관련자들은 사건 처리 지연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가 A 씨는 35억 원 규모 투자사기 혐의로 3년째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수사기관에 빠른 처리를 호소했지만, 아직도 해결이 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미 두 차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모두 보완수사 요청이 떨어진 것이다. 다급해진 A 씨는 본인이 사건 관계자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고 출입국 기록까지 뒤져보며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섰다.

정선형·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