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증원 백지화’ 초강경
정부-민주 조정땐 입장변화 주목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이 회담’에서 의료개혁 및 의대 증원 필요성에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룬 만큼,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양측의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증원 원점 재검토’를 외치며 초강경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의료계 강성파들의 태도가 변할지 주목된다.

3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료개혁 및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윤·이 회담에서 이 대표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바람직한 증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증원 추진 정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총선 전 의대 증원과 관련,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에서는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에서 최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고위급 여야정 협의체나 직간접 야당과의 소통 등을 통해 이견을 좁혀갈 방침이다.

여야의 의료개혁 필요성 공감대 형성으로 의사단체들의 초강경 태도가 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공의, 의대 교수, 의사협회 모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대학별로 증원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뽑게 하겠다는 타협안에도, 의사들은 거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정부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어렵게 조정안이 나올 경우 의사들이 이를 전면 거부할 명분이 희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